로맨스 영화를 다시 본다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몸도 지치고, 감정까지 쓰고 싶지 않을 때가 많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오랜만에 트와일라잇 뉴문을 다시 틀었습니다.
예전에는 그냥 뱀파이어와 인간이 사랑하는 청춘 판타지 영화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40대가 된 지금 다시 보니 느낌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이 영화는 생각보다 뱀파이어 이야기보다 이별 후 무너진 사람의 감정에 더 가까운 영화였습니다.

예전에는 몰랐던 벨라의 상실감이 보였습니다
처음 뉴문을 봤을 때는 솔직히 에드워드와 벨라의 로맨스만 눈에 들어왔습니다. 잘생긴 뱀파이어, 위험한 사랑, 흐린 숲속 분위기 정도로 기억했죠.
그런데 다시 보니 가장 오래 남은 건 벨라의 상실감이었습니다.
에드워드가 떠난 뒤, 벨라가 창밖을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 있는 장면이 있습니다. 계절은 계속 바뀌는데 벨라는 같은 자리에 멈춰 있는 장면입니다.
예전에는 그냥 감성적인 연출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보니 그 장면이 꽤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크게 이별하고 나면 겉으로는 일상이 굴러갑니다. 밥도 먹고, 출근도 하고, 사람들과 대화도 합니다. 그런데 마음 한쪽은 계속 비어 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죠.
벨라의 모습이 딱 그런 상태처럼 보였습니다.
에드워드가 떠나는 장면이 다르게 보였습니다
에드워드가 벨라를 떠나는 장면은 처음 보면 답답합니다.
좋아하면서 왜 떠나는지, 왜 그렇게 차갑게 말하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심지어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말하니까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꽤 잔인하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다시 보니 조금 다르게 보였습니다.
살다 보면 그런 순간이 있습니다. 좋아하지만, 내가 곁에 있으면 오히려 상대를 힘들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상처 주는 말이 정당해지는 건 아닙니다. 남겨진 사람에게는 훨씬 더 큰 고통으로 남으니까요.
그래도 이번에 다시 보면서는 에드워드의 선택보다 벨라가 무너지는 과정이 더 크게 들어왔습니다.
뉴문은 생각보다 이별 감정을 잘 담은 영화였습니다
트와일라잇 뉴문은 겉으로 보면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이 등장하는 판타지 영화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영화를 끌고 가는 감정은 판타지보다 현실적인 이별 후유증에 가깝습니다.
벨라는 에드워드의 환영이라도 보기 위해 위험한 행동을 반복합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낯선 상황에 자신을 던지고,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장면까지 이어집니다.
예전에는 이 장면들이 과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다시 보니 꼭 비현실적이지만은 않았습니다.
사람이 너무 힘들 때는 오히려 아무 감각이라도 붙잡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아프든 무섭든, 차라리 무언가를 느끼고 싶은 순간이 있죠.
그런 면에서 뉴문은 이별 후 공허함을 꽤 진하게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
이번에는 제이콥이 가장 안타까웠습니다
이번에 다시 보면서 가장 다르게 느껴진 인물은 제이콥 블랙이었습니다.
예전에는 그냥 삼각관계를 만드는 서브 남자 주인공 정도로 봤습니다. 그런데 지금 다시 보니 제이콥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인 인물처럼 느껴졌습니다.
벨라가 무너져 있을 때 곁에 있어 주고, 웃게 만들고, 같이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제이콥입니다.
그런데도 벨라의 마음은 끝까지 에드워드에게 가 있습니다.
살다 보면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과, 이유 없이 계속 마음이 가는 사람이 꼭 같지는 않다는 것.
그래서 이번에는 제이콥이 훨씬 더 안타깝게 보였습니다.
지금 보면 오글거리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남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기준으로 뉴문의 대사나 연출은 조금 오글거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감정 표현이 너무 진지하고, 몇몇 장면은 과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과잉된 감정이 이 영화만의 분위기처럼 느껴졌습니다.
요즘 영화들은 전개가 빠르고 계산적입니다. 반면 뉴문은 감정을 오래 붙잡고 갑니다. 흐린 하늘, 젖은 숲, 우울한 음악,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들이 계속 이어집니다.
처음에는 답답했지만, 어느 순간 그 분위기에 같이 잠기게 됐습니다.
트와일라잇 뉴문은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이별 감정을 다룬 로맨스 영화를 보고 싶은 분
- 2000년대 감성의 판타지 로맨스를 좋아했던 분
-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다시 보고 싶은 분
- 40대가 되어 예전 영화를 다른 시선으로 보고 싶은 분
트와일라잇 뉴문은 완벽한 영화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대사도 과하고, 설정도 지금 보면 조금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가진 감정만큼은 생각보다 오래 남습니다.
다 보고 나니 결국 가장 판타지 같았던 건 뱀파이어도, 늑대인간도 아니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모든 걸 걸 수 있다고 믿었던 그 시절의 감정 자체가 가장 비현실적인 판타지였던 것 같습니다.
혹시 오래전에 봤던 영화를 다시 꺼내 보고 싶은 날이라면, 트와일라잇 뉴문을 한 번 다시 틀어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분명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장면이 새롭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참고 영상: 트와일라잇 뉴문